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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펠로시 후폭풍, ‘대만해협 위기’ 막을 외교 절실하다

등록 2022-08-03 18:56수정 2022-08-04 03:14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함께 서 있다. 대만총통부 제공. AP 연합뉴스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함께 서 있다. 대만총통부 제공. AP 연합뉴스

중국의 강한 반발 속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했다. 중국은 대만을 봉쇄하는 형태로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보복 조처를 시작했다. 미-중이 대만해협에서 기싸움을 계속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대만 방문을 마친 펠로시 의장은 3일 밤 한국에 도착했다. 우리의 신중한 외교적 대응도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2일 밤 대만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은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 “대만과 세계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의 핵심인 티에스엠시(TSMC)의 류더인 회장, 천안문 시위 지도자이자 위구르인인 우얼카이시, 중국 당국에 납치됐다 풀려난 홍콩 서점주 린룽지(람윙키) 등을 잇따라 접견했다. 민주주의, 반도체, 위구르, 홍콩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들을 직접 겨냥한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것은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펠로시 의장이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남기기 위해 미-중 갈등을 고조시키는 무책임한 행위를 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당장 중국군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도착 직후부터 대만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벌인 데 이어 4~7일 대만 해역의 6곳을 포위하는 형태로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미·중 모두 지금으로선 군사적 충돌을 원치 않지만, 국내 정치적 요인 때문에 강대강 대결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방문을 앞두고 “불장난하면 불타 죽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시진핑 중국 주석은 장기집권을 확정할 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애국주의 여론을 결집하기 위해 대만에 대한 보복 조처의 강도를 높이고자 할 것이다. 자칫 미국이 직접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1995~19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보다 훨씬 위태로운 ‘4차 대만해협 위기’나 ‘21세기 쿠바 미사일 위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어느 나라도 바라지 않는 사태다. 두 나라의 자제가 절실하다.

대만해협의 위기는 한반도에도 결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미-중 갈등 고조와 북-중 관계 밀착 속에 북핵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한반도가 분쟁에 휘말릴 우려도 커졌다. 한국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두 나라를 상대로 현명한 외교를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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