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민생정치, 정치혁신, 통합 등을 내걸고 8·28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선 패배 4개월여 만이다. 논란이 많은 출마이기에 앞으로 선거과정에서 보여줄 모습은 이 의원 개인뿐 아니라 민주당의 앞날 또한 좌우할 것이다.
이날 이 의원이 출마 이유로 실질적으로 전면에 내세운 건 “이기는 민주당”이었다. 그는 2년 뒤 총선 승리를 약속하며 “이 임무에 실패한다면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날 것”이라며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실현하고픈 가치, 바라는 이상도 일단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구호는 지지층이 당내 선거에서 가장 바라는 바를 정확히 짚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겨야 한다’는 목적이 지나치면 다른 모든 것이 수단화될 수 있다. 이럴 때 혁신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다. 논란이 되는 강성 지지층의 일부 어긋난 행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의원은 출마를 선언한 지금, 0.73%포인트라는 초박빙 대선 승부에도 왜 출마 반대 요구가 끊이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 그는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했지만 “당대표를 권력으로 보면 욕망이고, 책임으로 여기면 헌신” “이기는 민주당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 책임지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책임에 대한 상투적 표현에선 치열한 성찰이 안 보인다. 자칫 출마를 ‘헌신’으로 포장하는 자기합리화로 비칠 수 있다.
이 의원은 또 “많은 분이 저의 정치적 미래를 우려하며 당대표 도전을 말렸다”는데, 출마를 말린 사람들 중에는 이 의원의 미래가 아니라 당의 미래를 우려한 사람이 많았다. 대장동 관련 검경 수사가 본격화되면 당 전체가 대표 지키기에 휩쓸리는 위험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민생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이 의원이 지금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건 이재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아닌, 민주당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다.
이 의원에 대한 비판이 강한 것은 그만큼 이 의원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대명’, ‘대세론’ 등 현재로선 이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게 사실이다. 스스로 약속한 당의 혁신과 민생, 그리고 통합의 현실화 정도가 이재명 당대표 출마 명분을 사후적으로라도 증명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분과 가치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