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12일 “국회 요구로 2019년 11월 북한 어민 강제북송 당시 사진을 제출한다”며 기자단에도 10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통일부 제공
통일부가 ‘탈북어민 북송 사건’ 사진을 공개한 지 하루 만인 13일, 대통령실이 당시 북송을 결정했던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 어민들이 북에서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사실이 여러 과정을 거쳐 확인된 점 등을 외면한 채, 감정선을 건드리는 사진을 별안간 공개한 뒤 정치공세와 수사 압박으로 직진하는 모양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반영된 민감한 사안을 한갓 정략적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면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통일부가 12일 공개한 사진 10장에는 2019년 11월7일 포승줄에 묶인 채 안대를 착용한 북한 어민 2명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북한 쪽에 인계되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사진만 본다면, 탈북민을 강제로 북에 돌려보내는 안타까운 장면이다. 하지만 사건의 맥락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들이 조사 도중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는 하지만, 우리 해군의 추격을 피해 사흘간 도주하다 생포된 경위와 정보 판단, 해당 선원의 진술 등을 통해 확인된 범죄 사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자진 귀순으로 보기 어렵다. 더구나 이들의 범죄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우리 쪽에 없는 상태에서 직접 형사처벌할 수단도, 법적 근거도 취약했다. 또한 북한이탈주민법이나 국제난민법에서도 살인 등 중대범죄자는 예외로 하는 규정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당시 이들의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는 대통령실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들이 ‘보호를 요청하는 취지를 밝혔지만, 나포 당시 상황 등을 고려해 그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통일부의 갑작스러운 사진 공개를 신호탄으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일제히 “강제 북송은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 “국가안보 문란 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은 전형적인 ‘종북몰이’다.
물론 닷새 동안 조사 뒤 이런 식으로 북에 보낸 것이 적절했는지, 남북 사이에 범죄인 인도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를 차분히 살펴볼 필요는 있다. 당시에도 추방의 기준과 절차를 담은 명문 규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진정으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남북관계를 수단 삼아 여론을 부추기려 하지 말고, 서둘러 규정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