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3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올리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후 첫 빅스텝이다. 인플레(전반적인 물가 상승)가 심각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조처로 이해된다. 그러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다중채무자, ‘영끌족’ 등 부채가 많은 가구의 이자 상환 부담이 급증해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것은 좀 더 명확한 신호를 보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막고 물가가 더 많이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하방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24년 만에 처음으로 6%대로 치솟고, 앞으로 물가의 방향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에 이르렀다. 이대로 방치했다간 고물가가 장기간 고착돼 후과가 더 클 수도 있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으로 자본 유출이 우려되고, 1300원대에 진입한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수도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한은으로선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물가 상승이 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공급 쪽 요인에 의해 발생한 만큼 수요 억제 정책인 통화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빅스텝이 초래할 부작용에도 주목해야 한다. 경기 둔화의 우려도 있지만, 가계부채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이자상환 부담이 커진 취약차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다. 최근 12개월간 기준금리 인상(1.75%포인트)으로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총 23조1천억원(1인당 평균 114만원)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다중채무자와 자영업자, 그리고 ‘영끌’ ‘빚투’를 한 이들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올 연말 기준금리 3%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어 빚 감당을 하지 못하는 가구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출이자 부담 급증에 따른 일시적 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 2차 추가경정예산에 자영업자 부채 문제에 대한 대책은 담았지만, 일반 취약차주들에 대한 대책은 미비한 상태다. 가계도 수년간의 저금리 시대가 끝났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부동산 투기나 대출을 받아 주식·가상자산 등 투자에 나서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