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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민의힘 권력다툼도 ‘이준석 의혹’도, 이 정도면 ‘3류 드라마’

등록 2022-07-08 21:31수정 2022-07-11 10:35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새벽 국회를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새벽 국회를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가 자정을 넘기는 마라톤 심의 끝에 8일 새벽 이준석 대표의 ‘6개월 당원권 정지’를 의결했다. 집권여당 대표가 개인 비위 의혹으로 당에서 중징계를 받은 것이나, 연이은 선거를 승리로 이끈 당대표를 밀어내는 모양새나 우리 정치사에서 볼 수 없었던 초유의 사태다. 게다가 대표 직무 수행 여부를 둘러싸고 징계 결정 뒤 갈등이 더 증폭되는 꼴이니 이런 막장 3류 드라마도 없다. 집권여당이 경제위기와 민생고 해결은 내팽개친 채 권력투쟁에 골몰하는 행태가 개탄스럽다.

윤리위의 심의 대상은 이 대표와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의 증거인멸 시도 의혹과 관련한 품위유지 의무 위반 여부였다. 윤리위는 이 대표의 측근인 김 실장이 이 대표에게 성 접대를 했다고 주장한 장아무개씨를 만나 ‘성 접대 사실이 없다’는 사실확인서를 받고 7억원의 투자를 유치해주겠다고 각서를 써준 것과 관련해, 이 대표의 개입과 각서의 대가성을 모두 인정한 것이다. 이 대표가 성 접대를 받았는지 여부를 판단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면서도 드러난 정황과 증거만으로도 당규에 어긋난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대표의 의혹은 명명백백하게 진상이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본인은 결백을 주장하지만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것은 다름 아닌 그 자신이다. 특히 젊은 정치인의 상징 같던 그가 성 접대 의혹에 휩싸인 것 자체가 충격적이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다만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윤리위의 징계가 일사천리로 이뤄진 모습은 석연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 대표와 ‘윤심’을 업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의 주도권 다툼이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젠더와 소수자 혐오의 정치를 내세운 이 대표의 방향에 결코 동의하지 않지만, 그가 낡은 보수와 기득권층 중심의 국민의힘 이미지를 상당 부분 바꿔놨던 건 분명하다. 최근 과정을 두고 ‘청년’의 상징성만 이용하고 버린다는, ‘토사구팽’이라는 비판이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징계 결정 뒤 이 대표는 당대표직 계속 수행을 고집하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자신이 직무대행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필사적인 ‘혈투’가 이 대표 징계 기간인 6개월 내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외에서 경제위기 경고음이 울리고 국민들은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신음하는데, 집권여당이 비전과 해결책을 제시하기는커녕 국민의 시름만 더하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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