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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정원 고발·수사, 사정정국 작심한 것 아닌가

등록 2022-07-07 20:49수정 2022-07-08 02:43

<한겨레> 자료 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등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이 6일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이 서훈 전 원장 등에 대한 고발 방침을 밝힌 뒤 2시간 만에 국정원 발표가 나왔다. 검찰도 국정원 고발 건을 당일 서울중앙지검에 내려보낸 데 이어 7일 수사 부서에 배당하는 등 신속하게 움직였다. 이날 대통령실은 “중대한 국가범죄란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며 국정원·검찰의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국정원이 직전 정부의 국정원장을 고발한 것부터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다 일사불란하게 고발과 수사 착수가 진행되는 모습에서 ‘기획된 사정 수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조상준 전 검사장이 국정원 기조실장에 임명된 뒤 이런 일이 벌어진 점도 주목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원의 고발에 대해 “저희도 국정원에서 보도자료를 낸 것을 보고 내용을 인지했다”고 했는데, 수긍하기 어려운 말이다.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이 사전 보고도 없이 전례 없는 전 정부 국정원장 고발을 할 수 있겠나. 윤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 “앞으로 더 진행이 되지 않겠나 싶다”,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하고 문제를 제기했는데, 한번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시기에 국정원의 자체 진상조사가 고강도로 이뤄졌다고 한다.

검찰 역시 ‘검찰총장 패싱’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주도로 진행된 검찰 인사가 마무리되고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일 수사 부서 개편까지 마친 상태다. ‘윤석열·한동훈표’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 채비를 갖추자마자 국정원의 고발이 접수됐고, 검찰은 일사천리로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은 ‘국가범죄’ 운운하며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비치는 부적절한 언급까지 했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락하고, 나토 출장 때 인사비서관 부인이 대통령 부부와 동행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시점에 이번 고발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 또한 우연이라고만 보기는 힘들다. 이미 해양경찰청과 군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유족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인데, 국정원 고발로 갑자기 판을 키웠다. 전 정부를 흠집 내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친북몰이’와 정보·수사기관을 이용한 사정 정국 조성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악용하던 폐습이다. 가뜩이나 윤 대통령이 국가 요직에 측근 검사 출신들을 배치해 ‘검찰 공화국’이란 비판의 소리가 높다. 국정원이 이 같은 정치적 기획에 가담하는 것은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이라는 어두운 과거를 되살리는 게 된다. 검찰 수사도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신뢰를 잃고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다시 자임하는 꼴이 된다. 권력기관들이 또다시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은 더 이상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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