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침체 우려로 6일 금융시장에서 환율은 급등하고 주가는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원 오른 달러당 1306.3원, 코스피는 전날보다 49.77(2.13%) 내린 2,292.01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세계경제에 물가 급등에 이어 경기침체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미국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며 한국 원화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물가·성장·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 어느 것 하나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특히 세계경제 불안 시기에 외환시장은 위기 전파의 주요 경로가 되는 만큼 정부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 환율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원-달러 환율은 6일 개장하자마자 1311원까지 올랐다가 1306.3원에 마감됐다. 원화 가치는 약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로화와 엔화 가치는 각각 20년, 24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국제외환시장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등을 고려하면 달러 초강세 현상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흔히 환율 1300원 돌파는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의 위기 신호로 여겨졌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험 때문이다. 다만, 최근 몇년간 국내 연기금과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급증한 영향으로 환율 수준 자체가 높아져 과거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렇다 해도 환율이 1300원을 넘는 기간이 이어진다면 상당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높은 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가뜩이나 높은 국내 물가를 더 악화시킨다.
외환당국도 이를 우려해 시장 개입을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한달 새 94억3천만달러가 줄었는데, 이는 2008년 11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당국이 환율 방어에 사용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1300원선을 뚫은 것을 보면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통화 스와프는 일정 한도 내에서 원화를 미국 중앙은행에 맡기고 그에 상응하는 달러를 빌려오는 제도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위기 때도 이를 체결해 효과를 본 바 있다. 마침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오는 19일 방한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껏 외교안보 사안 등에서 미국의 요구만 들어주고 있는데, 우리도 필요한 것은 적극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