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의 입장 및 향후 추진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4일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 정권에서 수사가 됐어야 할 것들 중 수사가 안 된 것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의 ‘경찰 통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전 정부에 대한 ‘수사 지시’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경찰국) 신설과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 제정 등을 밀어붙여 ‘경찰 장악’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이 장관이 대통령의 고교·대학 후배이자 측근이어서 그가 경찰을 직접 지휘할 경우 정치권력에 의한 경찰의 예속이 강화되고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장악’ 논란을 촉발한 당사자인 이 장관이 전 정부 수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그가 여러차례 밝혀온 ‘경찰 조직 지휘·감독’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는 야당이 이를 정치보복으로 본다는 질문엔 “그렇다고 뻔한 잘못을 가만 놔두는 것도 정말 불공정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를 기정사실화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본인은 수사 가이드라인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정권의 입김에 취약해진 경찰이 정치적 목적의 수사에 동원되거나 ‘충성 경쟁’에 따른 무리한 수사를 벌일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 장관은 5일 윤희근 경찰청 차장을 차기 경찰청장 후보자로 임명 제청했다. 윤 후보자는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을 두고 내부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달 27일 사퇴한 김창룡 경찰청장의 뒤를 이어 위기에 처한 경찰 조직을 이끌게 된다. 조직 내부를 다독이면서 행안부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도 나서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민주적 통제와 경찰권의 중립성 존중이 양립해야 한다”는 그의 말이 곤궁한 처지를 잘 드러내준다.
이 장관은 이날 경찰국 신설 등에 반발하며 경찰 직장협의회가 주도하는 삭발식을 겨냥해 “일부 야당 주장에 편승하는 듯한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치안정감들에 대해선 별 근거도 대지 않은 채 “정치권력과 상당히 연관돼 있다고 들었다”고도 했다. 지금 이 장관이 해야 할 일은 경찰들에 ‘정치색’을 덧씌우는 게 아니라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수사 지휘’ 발언부터 해명하고 사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