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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장시간 무급노동 현실 외면한 ‘노동시간 유연화’ 추진

등록 2022-06-26 18:32수정 2022-06-27 02:39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장근로시간 정산 기간 확대를 뼈대로 하는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이 발표된 뒤 ‘장시간 노동’ 논란이 불거지자, 고용노동부가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될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에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할 때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을 포함한 노동자 건강보호 방안이 반드시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일찌감치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는 요소 제거’를 정부 역할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무력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한주'에서 ‘한달'로 확대하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 정부가 밝힌 대로 업무량에 따른 탄력적인 운영이나 노동시간 선택권 보장이 목표라면,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같은 유연근로제를 활용하면 될 일이다. 탄력근로제는 최대 6개월, 선택근로제는 최대 3개월을 단위로, 단위 기간 주 평균 노동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유연하게 노동시간을 정하는 제도다.

물론 탄력근로제나 선택근로제를 도입하려면 과반수 노동조합 등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해야 한다. 또 하루 근무가 끝난 뒤 다음날 근무가 시작되기 전까지 11시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집중근로에 따른 과로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반면 연장근로는 ‘노동자 개별 동의’만 있으면 된다. ‘11시간 연속 휴식’ 규정도 없다. 정부가 노동자 건강보호 장치를 규제로 여기는 재계의 ‘민원’을 받아들여 유연근로를 손쉽게 확대할 수 있는 방편으로 ‘연장근로 정산 기간 확대’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주 52시간제의 도입 취지를 형해화하는 포괄임금제가 노동 현장에서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점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노동시간과 상관없이 각종 수당과 기본급을 합해 미리 정한 금액만큼만 지급하는 것으로, 장시간 노동과 ‘공짜 야근’의 주범으로 꼽힌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6일 공개한 포괄임금제 악용 사례에는 추가 수당도 없이 주 90시간 일한 노동자 등의 사연이 소개됐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노동시간 유연화’가 아니라, 여전히 세계 최장 수준인 노동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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