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국회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구내 순환도로가 오가는 차량이 적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장에서 원유 선물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20일 코스피지수는 2.04% 떨어지며 종가가 2391까지 밀려났다. 코스닥지수는 3.6%나 급락해 769.9로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의 우려가 금리 인상에서 이제 경기 후퇴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지금도 서민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 예일대 교수를 지낸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착안한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실업률을 더한 지표인데, 우리나라의 5월 지수가 8.4로 5월 기준 21년 만에 최고치에 이르렀다. 이처럼 상황이 나빠져가는데 정부의 대응은 영 미덥지가 않다.
정부는 감세 조처로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해 11월12일 6개월 시한으로 20% 내린 유류세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요청해 5월부터 인하 폭을 30%로 확대했다. 정부는 19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7월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37%로 키우기로 했다. 월 수천억원씩 세 감면을 하는 것인데, 기름값 상승 폭이 워낙 커서 소비자들은 정책 효과를 거의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5월30일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돼지고기 등 14개 품목의 관세를 내린다고 밝혔는데, 이 또한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경제정책 방향은 당면 문제 해결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정부는 여당 지지층을 의식해 보유세를 큰 폭으로 인하하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내려 100여개 대기업의 세금을 깎아줄 예정이다. 세수 감소는 정부 재정정책의 운신 폭만 크게 줄일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물가 억제를 위한 세 감면도 고소득층에 혜택이 주로 돌아간다. 그래서 생활물가의 상승으로 고통이 큰 취약계층을 직접 지원하라는 요구가 많다. 하지만 5월 말 2차 추경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외상 추경을 편성한 정부와 여당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연료비 상승으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은 인상이 불가피한데, 정치 공방에 휘말려 결정이 표류하고 있다. 민생 입법과 예산을 놓고 여야의 생산적인 논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20일 넘게 개점휴업 상태인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는 동안 국민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여야 모두 상황을 직시하고, 한발씩 물러서 신속히 ‘민생국회’ 가동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