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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또 총장 없는 검찰 인사, 검찰총장은 허수아비 만드나

등록 2022-06-20 18:02수정 2022-06-21 02:39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21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소집해 인사 기준과 원칙, 대상 등을 논의한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21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소집해 인사 기준과 원칙, 대상 등을 논의한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0일 “머지 않은 시기에 큰 폭의 인사를 하게 될 것”이라며 대규모 검찰 인사를 예고했다. 21일에는 이를 위한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린다. 앞서 한 장관은 취임 하루 만에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들을 전진배치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해 절차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총장이 없는 상태에서 검찰인사위도 거치지 않은 채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검찰인사위를 연다지만 여전히 검찰총장 공백 상태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일이나 다름없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으로 하여금 검찰 인사 전에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윤 대통령도 검찰총장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인사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며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검찰총장이 없는 상태로 잇따라 검찰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검찰 독립성을 대놓고 무시하는 행태이자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임기 도중 그만두면서 지휘부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불가피한 인사라는 반론도 있었으나,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 새 검찰총장 임명 절차가 여전히 시작도 되지 않은 것을 보면 입에 발린 변명일 뿐이다. 과거 검찰총장이 임기 도중 사퇴했을 때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꾸려진 시점과 비교해보면 이번이 가장 늦다. 일부러 검찰총장 인선을 미룬 채 한동훈 장관이 마음껏 검찰 인사를 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이대로 인사가 마무리된 뒤 새 검찰총장이 들어선다면 속된 말로 ‘바지 총장’이란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정부 요직 곳곳에 검찰 출신 인물을 포진시키는 ‘검찰 편중 인사’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윤 대통령이 정작 검찰총장 인사는 이렇게 손 놓고 있는 건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자신의 최측근인 한 장관을 통해 검찰을 직할 통치하는 체제가 갖춰진 마당에 검찰총장 자리를 채우는 게 오히려 거추장스럽다고 여기는 것인지, 이런 구조에서 실권도 없는 검찰총장을 맡으려는 인물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궁금하다. 어느 경우든 한 장관이 사실상 검찰총장을 겸임하면서 검찰은 정권의 하부조직으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의구심을 해소하려면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춘 인물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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