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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건희 여사 ‘1일 1일정’, 우려 소리 안 들리나

등록 2022-06-19 18:45수정 2022-06-20 02:09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ㆍ보훈가족 초청 오찬에 앞서 전사자 명비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ㆍ보훈가족 초청 오찬에 앞서 전사자 명비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한주 7개의 공개 일정을 소화하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특히 봉하마을 방문 직후 ‘비선’ 논란까지 터져나오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도 아랑곳않는 모습이다. 주가조작, 허위경력 등 김 여사의 의혹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 기간에 스스로 한 ‘조용한 내조’ 약속을 아무렇지 않게 지워버리려는 듯한 태도는 유감이다.

지난 한주 김 여사는 무척 바빴다. 12일엔 윤 대통령과 함께 영화 <브로커>를 관람한 뒤 영화 관계자들과의 만찬 자리에 동석했다. 13일 봉하마을 방문과 권양숙 여사 예방, 14일 국민의힘 중진의원 부인들과의 오찬, 16일 고 전두환씨 부인 이순자씨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17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만난 뒤,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초청 오찬간담회에 참석했다. 18일에는 순직한 조종사 심정민 소령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다.

단순한 일정으로 보기도 힘들다. 권 여사와 만나 영화 <변호인>에 대해 했다는 얘기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었고 ‘지인’ 대동 논란이 벌어진 뒤에도 국민의힘 의원 부인들과 만나 ‘봉사모임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뒤 국내 언론과 개별 인터뷰를 아직 하지 않은 윤 대통령에 앞서 13일엔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하며 특정 분야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도 사실상 내비쳤다.

김 여사는 지난 대선 스스로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고 당시 윤 대통령도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 “영부인이란 말을 쓰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그런 약속이 ‘면피성’이었다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특히 팬카페를 통한 공식 사진유출 등은 팬덤정치에 기대어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공식 활동의 길을 넓히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19일 용산 대통령실 이전 기념 어린이·주민 초대 행사에 불참한 것이 이런 비판들을 그나마 의식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최근의 행보만 봐선 김 여사의 ‘활동’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속내가 뻔히 보인다.

한국갤럽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5%포인트 높아졌다. ‘김건희 여사 행보’도 부정 평가의 한 이유로 처음 등장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김 여사의 ‘리스크’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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