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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윤 대통령 징계 소송’ 포기한 듯한 법무부의 ‘법치 역행’

등록 2022-06-13 18:03수정 2022-06-14 02:39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징계를 당한 데 불복해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법무부 쪽 변호인들이 최근 모두 해임됐다. 지난해 10월 ‘징계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으니 법무부 입장에서는 승소한 것인데, 이런 판결을 이끌어낸 변호사들을 일제히 내친 것이다. 한동훈 장관이 취임하면서 법무부가 2심 재판에서 승소할 의지가 없어졌다는 의심을 받기에 딱 좋은 처사다.

그도 그럴 것이 법무부가 내세우는 해임 사유가 너무 옹색하고 무리하다. 해임된 이옥형 변호사는 법무부 간부의 친동생이라 공정한 직무수행에 우려가 있다는 게 해임 이유라고 한다. 이 변호사가 법무부의 반대편에 선 경우라면 모를까 법무부를 대리하는 변호사인데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 위대훈 변호사는 ‘소송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과 차관이 소송 지휘에서 손을 떼고 이해관계가 없는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재판부에 냈는데, 이를 법무부와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는 게 해임 사유라고 한다. 하지만 위 변호사는 ‘특별대리인 선임 신청서’ 초안을 법무부 소송 담당 직원들이 참여한 대화방에 올렸고, 담당 직원이 이를 상부에 보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다. 괜한 트집을 잡는 셈이다.

법무부의 이런 행위야말로 공정성을 해치는 이해충돌에 해당한다.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일 뿐 아니라, 징계 소송의 이해 당사자다. 징계 사유 중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채널에이(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당시 검사장에 대한 감찰·수사를 방해했다’는 점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한 장관이 아닌 이노공 차관이 변호사 해임을 지시했다고 설명하지만, 장관 휘하이자 역시 윤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이 차관이 소송에 관여하는 것도 본질상 다르지 않다. 위 변호사가 재판부에 낸 의견이 틀린 게 없는데, 이를 해임 사유로 삼은 것은 적반하장이다.

공식 절차에 따라 이뤄진 징계이고 내용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1차 판단까지 받은 마당에, 징계 당사자가 대통령이 됐다고 법무부가 징계 소송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은 법과 원칙을 거스르는 일이다. 2심 재판을 일부러 지려 한다는 인상마저 주니, 법이 웃음거리가 될 지경이다. 권력자를 위해 법과 원칙을 구부리는 것이야말로 ‘법치’에 역행하는 ‘인치’의 전형이다. 그런 나라를 더 이상 법치국가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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