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언론에 미리 공개된 용산공원의 대통령실 남쪽 구역. 연합뉴스
정부의 용산공원 시범 개방이 10일부터 열흘간 진행된다. 대통령 집무실 앞뜰을 포함한 용산공원 터 일부(10만㎡)를 500명씩 2시간 동안, 하루 5차례 개방한다. 9월부터는 전체 터 294만㎡ 가운데 약 40만㎡를 대상으로 관람 시간을 제한하지 않는 임시 개방을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용산공원 안 옛 미군기지 터의 토양오염 탓에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인체 유해 여부에 대해 오락가락 해명을 한 것이 우려를 더 키웠다.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가 확정한 ‘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 변경안’은 미군기지를 모두 반환받은 뒤 설계 보완과 문화재 발굴과 오염 정화를 하는 데 3년, 완공까지는 7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속도전을 하듯 개방을 밀어붙이고 있다. 오염 정화 조처를 먼저 하고 공원을 조성해 개방하는 것이 마땅한 일인데, 정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오염된 곳은 인조 잔디, 콘크리트 등으로 땅을 덮으니 시범 개방을 해도 괜찮고, 임시 개방도 9월 이전에 오염 저감 조처를 하니 문제없다고 한다.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정부는 애초 5월25일부터 시범 개방을 하기로 했다가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며 일정을 연기했다. 그런데 연기된 개방일을 사흘 앞둔 지난 7일까지도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았다. 일정을 미룬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운다. 국토부는 또 오염에 따른 인체 유해 우려에 대해 “2시간씩만 체류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시간제한을 뒀을 뿐이다”라고 말을 바꿨다.
시민의 휴식처인 공원의 오염도를 유해물질을 다루는 공장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해선 안 될 일이다. 정부가 오염 상황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안전하다고만 하는 것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닷물에 희석해 기준치를 밑돌게 해서 버리니 문제없다고 하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생각나게 한다. <한겨레>가 얼마 전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사우스포스트 환경조사 보고서’를 보면, 시범 개방 구역 핵심부를 포함한 16만4830㎡ 가운데 66.1%인 10만8920㎡가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했다. 용산공원에 시민이 입장해도 좋을지 판단할 수 있게, 정부는 가을 임시 개방 추진 전 옛 미군기지 터 전체의 오염 정도와 오염원을 상세하게 파악해 공개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