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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EU는 ‘여성 이사 40%’ 의무화, 우리도 못할 이유 없다

등록 2022-06-09 18:39수정 2022-06-10 02:09

유럽연합이 7일(현지 시각) 2026년부터 회원국 상장기업 이사회에 여성 할당제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이 7일(현지 시각) 2026년부터 회원국 상장기업 이사회에 여성 할당제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2026년 6월부터 상장기업들의 여성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 비율을 각각 33% 이상 유지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비상임이사에만 적용할 경우 여성 비율이 40%를 넘어야 한다. 민간 부문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으로 평가할 만하다. 여성 임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인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제도 도입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2012년 11월 집행위원회가 처음 제안했으나, 독일·영국 등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해왔다. 그러다 최근 논의가 급진전된 데는 개별적으로 이미 여성 할당제 등 강력한 조처를 한 회원국들에서 여성 임원 비중이 크게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관련 제도를 도입한 회원국들의 평균은 36.4%였다.(2021년 10월 기준) 프랑스는 45.3%에 이른다. 그렇지 않은 회원국들의 평균은 16.6%로, 10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여성 할당제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충분히 입증된 셈이다. 주요 연기금들과 세계최대자산운용사인 블랙록 같은 곳들이 속속 ‘이사회 다양성’을 투자 조건으로 내거는 데서 보듯, 다양성이 비단 형평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주도한다는 인식 또한 퍼져가고 있다.

이번 합의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내용이다. 회원국들은 할당제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벌금 부과나 성평등 지침에 어긋나게 뽑힌 이사의 선임 취소 같은 처벌 방안을 법률 속에 명시해야 한다. 또 비상임 이사를 선임할 때 자격을 갖춘 남녀 후보가 있을 경우 ‘과소 대표되는 성별’의 후보자를 우선 선임해야 한다.

한국에서 이 정도 수준의 여성 할당제를 추진할 경우 어떤 주장들과 마주치게 될지는 불 보듯 하다. 2020년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에 여성 등기이사를 1명 이상 두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굴비 두름처럼 나왔던 얘기가 “현실성” “기업 부담” “민간 자율 침해” “남성 역차별” 등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개정된 자본시장법 해당 조항이 오는 8월 발효된다. 덕분에 2212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이 지난해 말 5.6%에서 올 4월 7.5%로 올랐고, 특히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그 비율이 20%를 넘었다는 조사도 나왔다. 하지만 사내이사 구성이나 자산 2조원 이하에선 거의 변화가 없는 수준이다. 우리가 유럽연합의 길을 가지 못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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