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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윤 대통령 ‘MB 사면’ 사실상 예고, 유감이다

등록 2022-06-09 17:55수정 2022-06-10 02:10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형이 확정돼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가능성을 윤석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9일 출근길에 “과거 전례에 비추어 이십몇년을 수감 생활 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느냐”며 불쑥 사면 얘기를 꺼냈다. 불과 하루 전 “지금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선을 긋던 신중한 모습과 달라진 것인데, 사실상 사면 예고로 읽힌다. 매우 유감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사면 때도 논란이 됐던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가 다시 수면에 떠오른 배경엔 윤 대통령 주변에 포진한 옛 ‘엠비(MB) 사람들’이 있다. 특히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민 통합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위신을 좀 세우는 차원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정면으로 들고나왔다. 안양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이 전 대통령이 최근 건강상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하자, 내친김에 8·15 광복절 특사까지 밀고 가자는 논의가 여권에서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팔순을 넘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형집행정지 여부는 검찰이 관련 법 규정에 따라 엄격하고 공정하게 심사해 가부를 결정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사면은 전혀 차원이 다른 별개 문제다. 이 전 대통령이 징역 17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게 된 주요 범죄에는 대통령 재직 당시 삼성에 자신의 변호사 비용을 대납시킨 뇌물 수수가 포함돼 있다. 다스가 자기 재산이라는 사실도 끝내 숨기며 국민을 속였다. 이처럼 대통령직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악용한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51.7%의 응답자가 사면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한국사회여론연구소 5월2일 발표)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통합’ 운운하는 것은 되레 국민 눈높이를 얕잡아 보는 허황된 주장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이 전 대통령이) 댁에 돌아가실 때가 됐다”며 사면에 적극적인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집권 초기에 추진해 국민 의견도 여쭤보고, 미진하면 국민 설득도 하겠다”는 말도 했는데, 지금의 행보가 그 일환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사면권 남용 시도라 할 것이다. 자신이 일관되게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단지 전직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죗값을 치르지 않고 너무 일찍 사면의 특혜를 누리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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