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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력설’만 좇은 3년, 단일 결론 못 낸 세월호 사참위

등록 2022-06-08 19:07수정 2022-06-09 02:41

7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152차 전원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사참위 유튜브 채널 갈무리
7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152차 전원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사참위 유튜브 채널 갈무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전원위원회가 7일 세월호 침몰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던 ‘외력설’(잠수함 충돌설)의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그렇다고 단일한 원인을 확정하지도 않았다. 사실상 ‘내인설’에 강한 방점을 찍은 셈이지만, 최선의 결론이라 하기 어렵다. 3년 남짓 외력설 입증에 매달려온 사참위 진상규명국의 조사 과정을 지켜보며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던 결과여서 안타까움이 더하다.

애써 의의를 찾자면, 2018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가 내인설과 함께 외력설을 배제하지 않은 ‘열린 안’을 단순히 병렬한 것과 비교해, 사참위의 결론은 외력설의 과학적 타당성이 낮다고 판단한 점을 들 수 있다. 선조위 보고서는 내인설과 ‘열린 안’이 형식상 대등한 위상을 취했다. 그러나 누가 봐도 내인설의 논리와 검증이 훨씬 충실했다. ‘열린 안’은 내인설의 일부 내용을 반박했으나, 자기 논리는 크게 부족했다.

사참위가 그나마 이 보고서의 성과와 한계 위에서 조사 활동을 벌이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외력설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한조선학회의 검토 의견과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의 모형실험 보고서 모두 잠수함 충돌을 비롯해 외력에 의한 세월호 침몰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는데도, 진상규명국은 지난달 외력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으로 전원위에 조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사참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원위가 7일 내린 결론은 이 보고서를 ‘외력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로 수정하도록 요구한 뒤 다시 제출받아 논의하고 의결한 결과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 대다수의 일치된 의견에도 불구하고, 전원위는 “외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나 명시적 증거를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진상규명국의 외력설 조사 보고를 ‘소결론’에 담도록 했다. 활동시한이 임박한 사정을 모르지 않지만, 국민의 눈에는 ‘봉합’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해달라는 유가족들의 애타는 요구에 사참위가 헌신적으로 활동해온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과학이 보내는 신호 앞에서 중립적이지 않으면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음을 충분히 경계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실은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 실체적 진실에 이르지 못하면 ‘안전사회’로 나아갈 수도 없다. 힘겹지만 우리는 다시 그 길로 나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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