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임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검찰 출신을 대통령실과 내각 곳곳에 집중 등용해 ‘검찰 공화국’이라는 우려와 비아냥이 나온 지 오래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아예 귀를 닫은 듯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국가정보원의 조직과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에 검찰 ‘윤석열 라인’의 핵심 일원이었던 조상준 변호사를 임명했다. 국무총리 비서실장에도 검사 출신인 박성근 변호사를 앉혔다. 공정거래위원장에는 검사 출신인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정됐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주요 자리는 ‘검사 일색’으로 채우겠다는 것인지 말문이 막힌다.
중용되는 검찰 출신 인사 가운데 윤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을 맺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점은 국정의 요체인 인사를 사적인 ‘자리 베풀기’ 정도로 이해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킨다.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은 검찰에서 윤 대통령과 오랜 근무연이 있을 뿐 아니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의 변호인을 맡았던 인물이다. 앞서 임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때 징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의 대리인이자 처가 의혹 사건의 변호인이었다. 누가 봐도 ‘보은 인사’라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또 대선 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을 담당했던 주진우·이원모 전 검사를 대통령실에 기용한 데 이어 윤 대통령 자신과 가족의 개인 변호인들까지 잇따라 발탁했으니 대통령과 가족을 방어하기 위한 ‘방탄 인사’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검찰 출신을 문어발식으로 요직에 배치하는 인사 행태는 국정운영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해치게 된다. 국정이 검찰 중심의 좁은 시야에 갇힐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수사·인사 등을 담당하는 권력기구를 검찰 출신 대통령 측근들이 장악하면 상호 견제가 어려워질뿐더러 권력 집중에 따른 오남용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배출한 특정 직역이 ‘이너 서클’을 형성해 국정을 좌지우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때도 인사에서 자기 사람만 챙긴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국정 전반을 이끄는 대통령이 돼서도 이런 행태를 되풀이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검사 경력이 전부인 대통령이라면 더욱 의식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찾는 노력을 해야 마땅하다. 검사 출신을 특권계급으로 대우하는 듯한 이런 인사를 바로잡지 않으면 국정 성공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