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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성평등·인권 부정, ‘풀뿌리 교육’ 흔드는 교육감 후보

등록 2022-05-25 04:59수정 2022-05-25 08:23

지난 3월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 선거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 선거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일부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에 성평등과 학생인권 등을 부정하는 내용이 다수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풀뿌리 교육’의 책임자가 되겠다면서 미래의 민주시민이 갖춰야 할 기본적 가치에 반하는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이다. 경쟁 후보를 겨냥해 욕설을 하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피해자는 정책을 보고 후보를 선택할 기회를 빼앗기고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이다.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자신의 5대 공약에 ‘성평등 교육을 가장한 극단적 페미니즘 및 동성애 교육 폐지’를 담았다. ‘민주시민교육’과 ‘노동인권교육’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조 후보는 “현 서울시교육감이 발표한 2022 성평등 기본계획이나 성교육, 민주시민교육 등의 자료를 보면 아이들이 동성애를 혼인의 형태로 착각할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젠더 갈라치기와 혐오를 조장하는 메시지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전혁 후보를 비롯해 박선영 후보(서울시), 이병학·조영종 충남교육감 후보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공언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인권과 자기 주도적 사고에 대한 교육적 가치와 효과를 인정받아, 전국 대부분의 교육 지자체가 제정해왔다. ‘교권 침해’ 등을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으나, 헌법재판소는 2019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차별과 혐오의 금지가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라고 판단했다.

조전혁 후보가 보수 후보 단일화 문제를 두고 박선영 후보를 겨냥해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한 것은 충격적이다. 조 후보는 그걸로도 모자라, 통화 상대였던 조영달 후보에게 “대화를 몰래 녹취하는 자는 인간말종” 따위의 막말을 퍼붓다 마지못해 사과했다. 과정 자체가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감 선거가 저잣거리 싸움이 된 셈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좋은교사운동은 24일 성명을 내어 교육감 후보들에게 “정책 중심의 선거, 토론이 있는 선거 만들기에 적극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가 제안한 서울시교육감 후보 정책 토론회에 구설에 오른 후보들이 모두 불참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격차 문제 등 시급히 논의할 쟁점들이 쌓여 있는데, 정책 선거는 안중에 없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일면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엄중한 판단마저 끝까지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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