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백운규 전 장관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이날 검찰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산업부 산하기관 6곳과 백 전 장관의 대학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하루 만에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들이 대거 기용된 것을 두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되고 정치 보복성 수사가 남발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이번 인사는 검찰인사위원회를 거치지 않는 등 인사 절차상 흠결도 드러났다. 정권의 일방통행식 검찰 장악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는 대목이다.
검찰청법은 법무부에 검찰인사위를 두고 ‘검사의 임용·전보의 원칙과 기준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 인사의 독립·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전체 11명 위원 가운데 8명을 외부 인사로 구성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인사를 앞두고 검찰인사위가 열리는 것은 당연시돼왔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는 검찰인사위를 건너뛰었다. 절차적 공정성이 크게 손상된 셈이다.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서둘러 인사가 이뤄진 점도 정상적이지 않다. 검찰청법상 검찰 인사를 하기 전에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게 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의견을 듣기 전에 인사 명단을 보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때도 김오수 총장이 임명되기를 기다려 검찰 인사를 했다. 총장 공석 상태에서 불가피한 소폭 인사도 아니고 대대적인 코드 인사를 단행한 것은 한 장관의 검찰 직할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인사 이후의 잡음도 볼썽사납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난 검찰 고위 인사 2명에게 법무부가 휴대전화 문자로 지방 고등검찰청 근무를 지시했다가 당사자들의 반발로 철회했다고 한다. 무더기로 일단 좌천성 인사를 냈다가 인원이 많아지자, 다시 ‘문자 발령’을 내는 주먹구구식 인사 행태까지 등장한 것이다. 한 장관은 19일 국회 예결위에서 “능력과 공정에 대한 소신을 기준으로 인사했다”고 말했는데, 이번 인사는 내용이나 절차 모두 공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보니 검찰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도 의심받게 되는 게 당연하다. 검찰은 이날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산하 공공기관 사장들의 퇴진을 압박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전 정권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는 반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러한 신뢰 위기는 또 다른 검찰개혁 요구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한 장관과 검찰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