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피씨(SPC)그룹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53일째 단식농성을 이어온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식품섬유산업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왼쪽)이 19일 오전 단식 중단 기자회견을 하면서 힘에 겨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에스피씨(SPC)그룹에 부당노동행위 사과 등을 요구하며 단식을 이어오던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53일째인 19일 단식을 마무리했다.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주변에서 단식을 강하게 만류했다고 한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이미 2건의 부당노동행위에 구제명령을 내렸는데도, 회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사회적 합의에 이어 당국의 조치마저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중노위가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한 것은 ‘노조 탈퇴 회유에 따른 지배 개입’과 ‘승진 차별’이다. 회사는 중간관리자들을 통해 민주노총 소속 제빵·카페기사들에게 한국노총으로 소속을 옮기도록 종용하고, 중간관리자에게는 ‘실적’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은 승진에서도 대거 탈락하면서, 한때 700명이 넘던 조합원이 현재 300여명으로 줄었다. 뒤늦게 중간관리자 위주로 구성된 한국노총 소속 노조(피비파트너즈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되면서, 회사는 파리바게뜨 지회의 개별교섭 요구에 단 한번도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다.
에스피씨는 이미 2017년 9월 제빵기사 등에 대한 불법파견과 연장근로수당 110억여원 미지급 문제가 드러나 큰 물의를 빚었고, 지난한 사회적 합의 논의 과정을 거쳐 이듬해 1월 자회사를 설립해 제빵기사 등 5천여명의 직접고용과 3년 안에 본사(파리크라상) 수준의 임금인상 등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합의가 달성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본사의 임금 수준에 관한 자료를 지회가 요구했지만, 회사는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노조 파괴 공작’까지 벌인 것은 합의의 취지를 걷어찬 거나 다름없다.
에스엔에스(SNS)엔 지난 9일 한 시민의 제안으로 ‘동네빵집_챌린지’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돼 확산되고 있다. 파리바게뜨뿐 아니라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파스쿠찌 등 에스피씨의 모든 브랜드를 대상으로 벌이는 불매운동이다. 평소 즐겨 먹는 빵 뒤에 감춰져 있던 노동자들의 눈물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늘어난다는 의미일 게다.
민주노총과 7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원회’도 불매운동에 나섰다. 임 지회장의 단식은 끝났지만, 에스피씨는 이제 수많은 소비자들과 싸워야 할 처지다. 노조에 대한 시대착오적 행태를 보이는 기업이 언제까지나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순 없다는 사실을, 에스피씨 쪽은 되새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