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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약자 희생 위에 세운 K-방역, ‘성찰’ 없인 ‘미래’도 없다

등록 2022-05-15 18:45수정 2022-05-16 02:42

지난해 10월 백신 접종을 마친 한 시민이 충북 청주시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서 백신 접종을 확인하는 증명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백신 접종을 마친 한 시민이 충북 청주시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서 백신 접종을 확인하는 증명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의 출구가 가시권에 들어온 듯하다. ‘전쟁’으로까지 비유되던 2년 남짓의 비상사태를 다 함께 꿋꿋하게 견뎌낸 결과다. 잠복한 변수가 여전히 적지 않지만,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일상회복’의 풍경은 반갑고도 귀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를 동등하게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다. 이미 2만3709명(15일 0시 기준)의 생명이 희생됐다. 희생자 가족들은 온전히 슬퍼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 희생자들에게는 회복할 일상 자체가 이미 소멸했고, 살아남은 가족들에게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건조한 숫자로 표현되는 ‘케이(K)방역’의 성과는 대체로 양호하다. 무엇보다 ‘0.13%’라는 코로나19 치명률은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인구 100만명당 누적 사망자 수를 보면, 한국은 이달 10일 기준 457명으로 미국(2997명), 독일(2632명), 프랑스(2181명), 영국(2593명) 등 주요 국가보다 사정이 낫다. 하지만 숫자의 이면이나 추이가 보여주는 실상은 많이 다르다.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3월 이후 100만명당 주간 사망자 수가 미국을 넘어섰다. 우리의 방역과 진료 체계가 무너진 것이 절대적 원인이다.

<한겨레>가 창간 34돌(15일)을 맞아 ‘코로나로 빼앗긴 삶 23709’라는 기획 보도를 시작했다. 희생자들을 ‘숫자의 집합’으로만 보지 말고, ‘애도’의 관점에서 그들이 죽음에 이른 사정과 그 안의 폭력성을 살핀다는 취지가 출발점이다. 어떤 이들이 집중적으로 희생됐는지를 분석하고, 우리의 의료 체계와 정책 등이 이들의 생명을 외면하거나 포기한 측면이 없는지를 개별 사례와 관련 통계 등을 바탕으로 짚어갈 거라고 한다.

코로나19 사망자 세명 가운데 한명이 동일집단격리(코호트)의 대표적 시설인 요양시설에서 나왔다는 건, 건강 취약계층을 무조건 격리해 방치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희생자 가족들은 임종은커녕 장례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방역당국의 무능력과 무심함을 넘어, 약자의 존엄성을 걷어차는 것을 ‘공공의 이익’으로 치부하고 공공의료를 비용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집단적 사고방식과 깊이 닿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의료 민영화에 속도를 낼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팬데믹 시대’에 역행하는 대응 전략이다. 새 정부의 의료 정책은 지난 2년 동안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살리지 못한 구조적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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