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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대재해처벌법 1호’ 대상 사장이 증거인멸했다니

등록 2022-05-02 18:48수정 2022-05-03 02:44

지난 1월19일 붕괴·매몰사고가 난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구조당국이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지난 1월19일 붕괴·매몰사고가 난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구조당국이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지난 1월 채석장 붕괴 사망 사고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1호 수사 대상이 된 삼표산업이 토사 붕괴 조짐을 알고도 작업을 강행한데다, 사고가 나자 대표이사가 증거 인멸과 거짓 진술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로도 기업들이 산업안전과 노동자 생명에 얼마나 무신경하고 무책임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2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삼표산업 참사는 산업안전에 관한 준법 의지만 있었어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 삼표산업은 돌가루 같은 슬러지(찌꺼기)를 쌓아놓은 부대시설 용지의 채석 허가를 받아 골재를 채취했다. 당연히 지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도 필요한 조처를 외면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불안정한 토사 위를 오가던 트럭이 뒤집히는 등 붕괴 조짐이 보였으나, 본사는 사업소의 보고를 받고도 적절한 조처 없이 작업을 강행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노동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는데도 대표이사의 지휘 아래 본사와 현장사무소의 관련 증거를 인멸하게 하는가 하면, 직원들더러 기초적인 사실관계마저 거짓으로 진술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기업 대표자에게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사건을 수사한 노동부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혐의로 양주사업소 현장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 이행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는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니면 형사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누가 봐도 대표이사가 이 사건의 상징적·도의적 책임자일 뿐 아니라 실질적 책임자이기도 한데 말이다.

최근 경영자단체들과 보수·경제지들은 ‘경영자를 피의자 취급한다’ ‘기업활동이 위축된다’ 등을 이유로 시행 100일도 되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흔들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가 그간 보여줬던 인식 또한 우려스럽다. 윤 당선자는 후보 시절 도로포장 노동자 사망 사고 현장에서 사고 원인을 노동자 개인의 부주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는가 하면, 이 법의 수정·보완을 요구해온 경제단체들을 만나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겠다”고 했다. 실제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무슨 수로 일터의 죽음을 줄일 수 있겠는가. 엄정한 법 집행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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