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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모피아 전성시대’, 기득권 옹호 정책 경계해야

등록 2022-05-02 18:26수정 2022-05-03 02:43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의 총리·각료 후보자 발표에 이어, 1일 청와대 실장·비서관 인선 결과가 발표됐다. 총리와 비서실장, 경제 관련 요직을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들로 대거 채운 것이 도드라진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와 최상목 경제수석비서관 내정자는 차관을 지냈다. 김대기 비서실장 내정자도 지금은 기재부로 통합한 옛 기획예산처에서 재정운용실장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런 인사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모피아 전성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번 인사는 ‘경제는 하나의 팀으로 대응(‘경제원팀’)해야 한다’는 윤석열 당선자의 국정운영 철학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내각과 청와대의 경제팀이라고 하면 기재부 장관, 금융위원장, 경제수석을 뜻했다. 새 정부의 경우 총리를 경제팀의 수장으로 삼고, 비서실장을 경제팀의 일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윤 당선자가 경제를 잘 몰라 경제부총리를 직접 지휘하기 어려운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료 출신의 기용은 경제의 안정적 운영이나 위기 관리에는 강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성장’ 중심 사고에 젖어 개혁에는 소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역대 정부는 현상유지 성향이 강한 관료 출신 일색으로 경제팀을 구성하는 것을 피하려고 애써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노력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다. 재벌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지켜주는 쪽으로 경제정책이 확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기재부 출신 인사들을 ‘모피아’라는 부정적인 용어로 부르는 것은 현역으로 일하는 후배들을 등에 업은 막강한 파워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행동방식 때문이다. 모피아는 기재부 외의 다른 경제부처 고위직이나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의 고위직을 차지하면서 하나의 세력을 이뤄왔다. 이번 ‘경제원팀’의 구성을 두고 기재부를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일부가 낙마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앞으로 금융위원장까지 기재부 관료 출신 인사로 교체한다면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다.

기재부 장관 위에 행정고시 선배 2명이 앉아 있는 옥상옥 구조도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중요한 정책을 두고 서로 다른 이야기가 흘러나오면 경제주체들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윤 당선자가 ‘복합 경제위기 징후’가 있다고까지 언급한 만만찮은 경제 상황이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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