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부터 윤석열 정부 첫 내각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후보자 19명 가운데 15명이 이번 주에 일정이 잡혀 있고, 하루에 여러 명이 동시다발로 진행돼 ‘부실’ 청문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다수 후보자가 장관이 되기에 부적절한 흠결을 드러내고도 “청문회에서 말씀드리겠다”며 미뤄온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춘 철저한 검증이 요구된다.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적절히 지적했듯 “의혹의 백화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한 형태의 의혹에 휩싸인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2~3일 인사청문회가 잡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과거에 국무총리, 주미대사 등 높은 관직을 두루 거친 뒤 그 경력을 팔아 유명 로펌에서 거액의 고문료를 받은 ‘이해충돌’ 의혹 등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부인은 ‘남편 찬스’로 작가 이력을 쌓거나 그림을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는데, 1일엔 풀브라이트 동문 전시회에 유일하게 동문이 아닌 ‘특별 초대 작가’로 참가한 사실도 확인됐다. 무엇보다 한 후보자가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받은 다수 기관에 ‘본인 동의’ 의사 표시를 거부해 청문회 일정 연기라는 파행을 불렀다는 점은 국무총리 후보자 자격에 의구심이 들게 한다.
부동산과 교통을 책임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교통규칙 위반 사실이 수십건 드러났고, 제주지사 시절 자신의 사저와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범칙금 미납으로 자동차를 여러 차례 압류당한 것을 비롯해 자녀 8학군 위장전입과 부부간 증여 등 해명해야 할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일일이 거론하기에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수많은 의혹을 사고 있지만, 여전히 자진 사퇴는 없다는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소통령’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자동차 취득세 등을 적게 내려고 위장전입을 한 탈법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당시에는 그런 사례가 꽤 있었다”고 해명해 “구질구질하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이른바 ‘사회지도층’을 자처하며 고위공직을 맡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의혹이 드러날 때마다 ‘불법은 아니다’ ‘남들도 그랬다’를 반복하는 데에 국민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국민의 눈높이에 걸맞은 검증이 되도록 철두철미한 준비로 인사청문회에 임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7대 검증 기준을 갖고 공격해왔다. ‘맹목적 방탄’ 청문회는 도리어 윤석열 정부에 두고두고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윤 당선자는 후보 시절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부적합한 인사임이 드러나는 경우, 국회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국민은 그 약속을 잊지 않았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