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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문 대통령 ‘마지막 사면’ 민의 거스르는 일 없어야

등록 2022-04-29 18:00수정 2022-04-29 18:30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등의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등의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에 대해 직접 답변자로 나서 “청원인과 같은 사면 반대 의견을 가진 국민들이 많다. 반면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며 “사법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아직은 원론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듯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사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러 차례 밝혔듯, 이 전 대통령 사면은 ‘법 앞의 평등’ 원칙을 훼손함으로써 국민 통합은커녕 불필요한 갈등만 야기할 소지가 큰 사안이다. 문 대통령이 원칙을 벗어난 결정으로 임기 마지막 순간에 오점을 남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물론 사면권은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스스로 명분 없는 사면권 행사는 자제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한 마지막 간담회에서도 “사면권은 결코 대통령의 특권일 수 없다”며 “사면은 사법정의와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사법정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만 행사돼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뇌물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징역 2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난해 말 사면함으로써 한 차례 이 약속을 깼다. 이제 뇌물수수 등 중대 부패범죄로 사법적 단죄가 매듭지어진 이 전 대통령마저 사면하게 된다면, 국민과 했던 문 대통령의 약속은 형해화돼 버릴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심각한 건강 문제를 고려했다는 ‘알리바이’라도 있었던 것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은 수감 기간이 짧고 특별한 건강 문제도 드러나지 않았다. 죄질도 개인 착복의 성격이 짙어 더 나쁘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 위반을 가장 두려워해야 한다. 반성과 사죄 없는 전직 대통령 사면이 오히려 더 큰 분열과 갈등의 씨앗으로 작용한 사례는 우리 역사에서 전두환·노태우·박근혜로 충분하다.

이 전 대통령 외에 각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이석기 전 의원 등 정치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전 교수 등에 대한 사면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임기 말 끼워넣기식 사면도 명분 없기는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의 신중하고 엄정한 판단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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