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비상시국선언’에 참석한 개인과 각 단체 대표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28일 국회도서관에서 비상시국선언을 발표했다. 100여명이 참가했고 80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종걸과 미류, 두 인권활동가는 이날도 국회 앞에 만든 평등텐트촌에서 18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갔다. 이들의 요구는 ‘차별금지법 즉시 제정’으로 모아진다. 앞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계획서를 채택했다. 그동안 아무 응답도 하지 않던 정치권이 움직이는 데 대해선 평가하나, 공청회가 ‘시간 끌기용’으로 변질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이날 시국선언 참가자들은 “시민들을 차별과 혐오에 방치해두는 정치를 ‘나중에’가 아니라 ‘바로 지금’ 끝내야 한다”며 “국회는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으로 시대적 사명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참석자 중 가수 하리수는 고 노회찬 의원을 언급하며 제정 지지 연대발언에 나서기도 했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법무부의 제정 추진 이후 새로 국회 임기가 시작될 때면 빠짐없이 법안이 제출됐으나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곤 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법안 3개가 제출됐고, 지난해 6월에는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을 넘겨 법사위에 회부됐다. 하지만 법사위는 국민동의청원 심사기한을 임기 종료일인 2024년 5월29일로 연장한 것 말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이번 공청회 계획서 채택이 사실상 법사위의 첫번째 활동인 셈이다.
거대 양당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적극적으로 입법을 방해해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때마다 동원한 명분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시기상조론’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0년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서 89%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 것을 생각하면 현실을 왜곡하는 궤변에 가깝다.
거대 양당이 이 법에 강력히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계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럴수록 국회의 시대적 소임을 다시 생각해주기 바란다. 이날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제는 공청회를 통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갈등에 대해 서로 얘기를 듣고 대안을 마련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진심이라면, ‘차별금지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입법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권여당이 되는 국민의힘도 우리 사회 혐오와 차별을 멈추는 일을 더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연예인 하리수씨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