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원-달러 환율이 14.4원 오른 1265.2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달러당 1260원선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3월 24일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다. 물가, 금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하락세다. 모두 ‘물가 상승 속의 경기 둔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경제 전망에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 새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도 아직 안갯속을 걷고 있어서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다.
27일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4.4원이나 올라, 1265.2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260원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3월24일 이후 2년1개월 만이다. 물가 불안이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매우 빠른 속도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고,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상하이를 봉쇄한 중국이 수도 베이징 일부 지역까지 봉쇄를 확대하면서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우리나라 경기 전망도 나빠져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이 이탈하면서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석유,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커지고, 우크라이나의 곡물 생산량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물가 상승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26일 ‘상품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50년 만에 가장 심한 물가 충격이 닥치고, 1970년대 석유파동 때 경험했던 스태그플레이션(물가 급등 속의 경기 침체)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 상승은 특히 저소득 계층에 큰 타격을 입힌다. 우리나라에선 가계가 빚을 많이 지고 있어서, 금리 상승이 끼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런 국면이라 새달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의 경제 운용 방향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는 물가와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하며,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아직 주요 정책 방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수십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윤곽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가계부채를 비롯해 많은 것에 영향을 끼칠 부동산 정책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경제주체들은 혼란스럽다.
대외변수는 우리가 어찌해볼 도리가 없지만 국내 정책의 불확실성은 가급적 빨리 제거해야 한다. 정부가 제때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경제주체들은 정부의 능력을 의심하고 불안감을 갖게 된다. 물가 안정과 금융시스템 안정을 무엇보다 중시해야 할 때다. 그런 방향으로 서둘러 결정해 발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