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홍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왼쪽)과 김용현 부팀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개방 행사 관련 브리핑을 마친 후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집무실·관저 이전 계획이 몇번씩 바뀐 끝에 확정됐다. 특히 관저 이전 장소가 오락가락한 데는 윤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의 의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비상식적 졸속 이전 추진이 자초한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팀은 5월10일 이후 청와대 개방 일정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은 5월10일부터 용산 국방부 청사 5층에서 근무하고 (6월 중순 이후) 본집무실은 2층에 들어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취임 뒤 한달 넘게 임시 집무실에 머문다는 것이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시스템이 아무 문제 없이 국방부 청사로 옮겨져 제 기능을 발휘할지도 불분명하다.
새 관저로는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이 확정됐다. 그러나 정권 이양 뒤라야 리모델링 공사가 가능해 윤 당선자는 취임 뒤 최소한 한달여 동안 서초동 자택에서 출퇴근하게 된다. 태스크포스팀은 “서초동에서 용산 집무실까지 이동 시간은 10분 내외”라지만, 교통·통신 통제 등 시민 불편은 불가피하다. 자택에서 한강 다리를 넘어와서는 용산 주한미군 기지를 통과해 청사로 가게 된다. 윤 당선자 쪽은 “애초 6월 말까지 반환받기로 돼 있던 걸 5월 말까지 반환받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이렇게 서두르면 환경오염 정화 책임 협상 등에서 미국 쪽에 협상력이 약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 강행 때문에 국익에 손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날 태스크포스팀은 관저가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뀐 경위에 대해 “애초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건의한 뒤 비가 샐 정도로 낡은 것을 알게 됐다”며 “(김건희씨는) 처음 육군총장 공관을 건의한 뒤, 또 외교부 장관 공관을 건의한 뒤 각각 가서 봤다”고 했다. 실무진 결정 뒤 김씨가 둘러본 것일 뿐이라던 전날 당선자 대변인의 설명과 같다. 그러나 김씨 방문 보도가 <제이티비시>(JTBC)에 나온 지 이틀 만에야 선후 관계를 해명했다는 점, 육군총장 공관 리모델링을 위한 예비비 25억원을 배정받고 몇주 뒤에야 바꿔야 할 정도로 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점 등 석연찮은 대목이 여럿이다. 주요 외국사절 행사 장소로 쓰이는 외교부 장관 공관을 새로 마련하거나 단장하는 데도 또 예산이 소요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이사대란’을 빚는 것인지, 국민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음을 윤 당선자는 무겁게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