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3월20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경찰이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설 용산 국방부 청사 반경 100m 안에서는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고 한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집회·시위가 금지된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도 포함된다고 유권해석을 한 것이다. 법률 조항을 자의적으로 폭넓게 해석해 국민의 의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현행 집시법은 집회와 시위가 금지되는 장소를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등이 그 예다. 이 시설들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안에서는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없다. 경찰은 이 조항에 따라 청와대 외곽 담장에서 100m 이내의 장소를 집회·시위 금지구역으로 삼고 있다. 청와대 안에 대통령 관저가 들어서 있다는 점이 법적 근거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윤석열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기기로 하면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된다는 것이다. 새 대통령 관저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 자리에 들어설 예정이다. 집시법상 집무실 주변 집회·시위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자체 유권해석을 통해 국방부 청사 앞 집회·시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경찰의 이런 방침은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경찰의 자의적인 해석만으로 손쉽게 제한하려 하는 행태다. 설령 집회·시위를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국회의 논의를 거쳐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이는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집무실 이전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윤 당선자는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방침을 밝히면서 “대통령 집무실에 앉아서 국민들이 시위하고 항의하는 목소리도 듣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숱한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국민에게 더 가까이’를 명분으로 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였다면, 집무실 근처에서 국민들이 다양한 의사를 표출할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게 옳다. 윤 당선자 쪽이 모델로 삼았다는 미국 백악관 앞에서도 시위는 흔한 일이다. 지금 경찰이 해야 할 일은 집무실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집회·시위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