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2월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오른쪽)가 부산고검을 방문해 측근인 한동훈 차장검사를 비롯한 간부진과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으로 수사받아온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4일 이정수 지검장에게 무혐의 의견을 냈고, 최종 결재권자인 이 지검장의 결정만 남은 상태다. 한 검사장은 2020년 당시 이동재 <채널에이> 기자와 공모해 수감 중인 신라젠 대주주 이철 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알려달라’고 강요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는데, 자신의 아이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아 아직도 휴대전화 포렌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한 검사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검찰 내 최측근으로, 윤 당선자가 검찰 요직에 중용할 뜻을 비치기도 한 인물이다.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한 검사장에 대한 처분은 정치적 고려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남기지 않도록 각별히 신중해야 할 것이다.
수사팀은 이미 여러차례 무혐의 처분 의견을 보고했지만 지휘부는 휴대전화 포렌식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결재를 미뤄왔다고 한다.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사람이 방어 차원에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형사절차상 권리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핵심 물증이 될 수 있는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도 없이 수사를 종결하는 게 일반적인 사건 처리 원칙과 맞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피의자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과 검찰 고위 간부로서의 처신에 대한 평가는 구별돼야 한다.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이가 검찰을 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것은 법 집행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
한 검사장의 무죄를 입증할 추가 증거 등 특단의 사정 변경 없이 지금에 와서 무혐의 처분을 한다면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구심도 잠재우기 힘들다. 벌써부터 새 정부에서 한 검사장 중용이 점쳐지는 가운데 그 걸림돌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무혐의 처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검찰 요직에 기용되는 것 자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일인데, 이를 위해 무혐의 처분을 서두른다는 의심을 산다면 검찰에 대한 불신만 더욱 키울 것이다. 가뜩이나 윤석열 당선자는 검찰총장 시절 한 검사장에 대한 ‘검언유착’ 의혹 감찰·수사를 방해해 징계를 받았고 법원도 징계의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 검찰은 ‘당선자 측근 구하기’라는 우려를 씻고 국민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