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가 3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임대차 3법 폐지·축소 등 주택시장에 상당한 폭발력을 지닌 정책들을 추진할 뜻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가뜩이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재건축·세제·대출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어 주택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 설익은 상태에서 나오는 이런 뉴스들은 집값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인수위는 지난달 30일 부동산정책 기조와 관련해 “세제·대출·재건축 규제 완화 등 시장 기능 회복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날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이르면 4월, 늦어도 새 정부 출범 때부터 1년간 한시 유예하는 방안을 서둘러 발표했다.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납부에 부담을 느끼는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1일 이전에 집을 팔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의도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택 매매는 최소 2~3개월의 시일이 필요한데, 6월1일 전에 매물이 나와 잔금까지 치르기엔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 윤 당선자가 이미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하는 등 보유세 완화 방침을 밝힌 터여서 오히려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갈 개연성도 적지 않다. 보유세 강화 기조를 분명히 해야 그나마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대출규제 완화 움직임도 심상찮다. 윤 당선자는 현재 0~70% 차등 적용하는 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단일화하고,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에겐 80%까지 완화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여기에다 지난해 가계대출 폭증을 막기 위해 정부가 긴급히 틀어막았던 신용대출까지 풀리고 있다. 신용대출은 ‘영끌’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새 정부가 규제 완화 신호를 보내자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 영업에 나서는 양상이다.
임대차 3법의 대폭 개편은 현재 전월세 시장이 가까스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시기라는 점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2019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오름세였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년7개월 만인 지난 2월 하락으로 반전됐다. 임대인·임차인들이 새로운 제도에 차츰 적응해가고 있는데 큰 틀의 제도 변경은 되레 시장 안정을 해칠 수 있다. 주택시장은 공급·세제·대출 규제뿐만 아니라 기대심리도 매우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다. 정권 초기에 투기 심리를 잡지 못하면 5년 내내 집값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고 정교하게 정책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