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가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추경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새 정부 출범 뒤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이 5월10일이니 절차를 고려하면 잘해야 두달 뒤에나 추경 집행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최대한 현 정부 임기 안에 추경 편성을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는데, 왜 갑자기 미루겠다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다.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는 31일 브리핑에서 “코로나 손실보상 추경 관련 작업은 인수위가 주도적으로 하고 추경 편성안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윤 당선자가 3월22일 “빠르면 현 정부에 추경 요청을 할 수도 있고, (현 정부가) 안 들어주면 정부가 출범하면서 바로 준비된 추경안을 국회에 보내는 방안으로 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후퇴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자는 지난 28일 회동에서 추경 편성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실무협의에 착수하기로 한 바 있다. 이는 현 정부가 협조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도 추경 편성 일정을 미룬 것은 다른 계산이 깔린 것이라고밖에 해석이 안 된다.
이에 대해 추 간사는 “입장이 특별히 바뀐 것이 아니고 다양한 견해가 일부 있었으나 우리는 원래 생각이 현 정부에서 윤 정부의 뜻을 담아 제출하고 국회 심의를 통과할 추경이 현 정부의 이름으로 제출되는 것 자체가 일단 어색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대확산으로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자영업자들의 처지보다 새 정부가 추경 제출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점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듯한 설명이다. 지금 국민들은 2차 추경은 새 정부가 주도적으로 편성한다고 대부분 여기고 있는데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재원 마련의 어려움, 기획재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등 고충이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정치권이 국민들과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 여야는 지난 2월21일 1차 추경을 통과시키면서 대선 직후 추가 보상을 약속했다. 당시 3월 임시국회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의 대상과 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던 여야의 합의를 벌써 잊었는가. 인수위의 이번 발표는 2차 추경을 6월 지방선거 직전에 편성·집행해 선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여야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는 민생 추경인 만큼,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새 정부 출범 전이라도 집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