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일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1일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신임 대표이사를 현 정부의 “알박기 인사”로 규정하며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할 뜻을 밝혔다. 청와대 쪽은 인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며 강력 반발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이긴 하지만 민간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이 이미 대선 전 이사회에서 의결한 회사 내부 출신 사장 후보자를 인수위가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외형상 민간기업의 이사회 의결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고는 하나, 사실상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자초한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며 “정권 이양기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 부실 공기업에서 이런 비상식적 인사가 강행된 것은 합법을 가장한 사익 추구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인수위의 주장은 두가지 점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첫째는 대우조선이 이미 대선 전에 신임 대표이사의 선임 절차를 사실상 마쳤다는 점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월24일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를 열어 박 조선소장(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어 3월8일 이사회를 열어 박 내정자의 선임 건을 의결하고, 3월28일 주총에 상정하기로 했다. 3월8일 공시까지 마쳤다. 대선 전에 투자자들에게 공시까지 낸 사안을 뒤늦게 문제 삼는 게 어리둥절할 뿐이다. 둘째는 박 신임 사장이 36년간 대우조선에 몸담아온 내부 출신이라는 점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인사가 논란이 되는 건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를 정권 핵심부가 ‘낙하산’으로 내리꽂았을 때다. 그런데 박 사장은 조달·생산 등 여러 부문을 거치고 조선사에서 ‘넘버 2’인 조선소장을 2019년부터 맡아 현장 사업을 총지휘해왔다. 직전 이성근 대표이사 역시 조선소장에서 승진한 사례였다. 단순히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기생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건 괜한 트집잡기로 보인다.
인수위의 이번 주장이 혹여나 선거 승리를 도운 이들에 대한 보은 인사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행태야말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부실로 만드는 일이다. 대우조선이 부실화된 데는 정권이 경영진 인사에 개입한 영향도 적지 않았다. 대우조선이 정상화에 매진하도록 더 이상 외부에서 흔들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