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11월12일부터 4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20% 내렸다. 그런데 그 뒤 국제유가가 폭등해 국내 기름값에서 유류세 인하를 체감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처를 7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하고, 인하폭 확대를 검토해 오는 5일 확정하기로 했다. 오른 기름값 수준을 고려할 때, 인하폭을 법정 최고 한도인 30%까지 높이는 게 합당하다고 본다.
정부는 지난해 10월29일 유류세를 20% 인하한다는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중산·저소득층 등의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하여 2022년 4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휘발유·경유에 대한 탄력세율을 인하”한다는 내용이었다. 시행령 개정으로 11월12일부터 휘발유는 리터당 164원, 경유는 116원, 부탄가스는 40원 내렸다. 입법예고 직후인 11월 첫째 주의 휘발유값은 리터당 1789.9원이었다. 2014년 12월 이후 최고였다.
20%의 인하폭은 역대 유류세 인하 조처 가운데 가장 큰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기름값이 폭등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집계를 보면, 3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01.9원이다. 유류세 인하 직전보다 리터당 200원 넘게 비싸다. 경제주체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유류세 인하폭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 마침 31일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유류세 인하폭을 30%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유류세 인하는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 앞당겨 반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경유나 엘피가스를 연료로 쓰는 사업용 화물차에는 정부가 유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유류세를 내리면 보조금이 같은 액수로 줄어드는 까닭에 화물차 사업자는 유류세 인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한다. 이참에 유가 보조금도 늘려줘야 한다. 기름값 상승에 따른 저소득계층의 부담 증가에 대해서도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때 지원 방안을 마련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
유류세를 20% 내릴 때 세수가 한달에 4500억원 감소한다. 인하폭을 키우고 기간을 연장하면 세수 감소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4월부터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이 오르는 등 가계 부담을 키울 요인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경기 위축 속도를 늦추려면, 기름값 상승이라도 억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