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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경련 ‘용산 이전 3.3조 효과’ 보고서, 낯뜨겁지 않나

등록 2022-03-30 18:29수정 2022-03-31 02:31

28일 오전 윤석열 당선자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근처에 청와대가 보인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윤석열 당선자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근처에 청와대가 보인다. 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많게는 3조3천억원 늘어날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30일 내놨다. 수치를 이끌어낸 근거는 부실하고 이전 비용은 아예 계산도 하지 않았다.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용산 이전’을 강행하려는 윤석열 당선자를 만족시킬지 모르겠으나, 국민들의 입장에선 실소를 자아낼 일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부산대 김현석 교수에게 의뢰해 마련한 것이라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한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집무실 이전으로 관광 수입이 매년 1조8천억원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구성원 간 협력, 국가 정책·제도에 대한 신뢰 등 공동체의 협력을 촉진하는 유무형의 사회적 자본이 증가해 국내총생산을 1조2천억~3조3천억원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청계천 개방으로 늘어난 관광객 수를 근거로 관광 수입을 전망한 것도 엉성하지만, ‘용산 이전’이 국내총생산을 수조원 늘릴 것이란 주장은 황당할 따름이다. 용산 집무실을 어떻게 만들 건지 구체적인 계획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이 유무형의 사회적 자본을 증가시켜 경제성장률까지 끌어올린다는 주장은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면 중국에서 연 100만명씩 관광객이 올 것이라고 큰소리치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합리적 비용-편익 계산이라면 이전 비용도 함께 따져보는 게 당연한데, 비용은 언급도 안 했다. 명색이 경제연구소인데 이런 보고서를 내다니 보는 사람이 민망할 지경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전경련의 정책과 관련해 입 노릇을 해온 곳이다. 전경련은 외형상 대기업들의 모임이지만, 사실상 재벌 총수들의 이익단체로서 정경유착의 한쪽 파트너였다. 일본에서는 사라졌고, 이제 우리나라에만 남아 있는 구시대의 유산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세상에 드러난 뒤, 회비의 약 77%를 내던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사실상 소멸하는 것 같았는데, 최근 윤석열 당선자와 경제단체들 간의 만남에 연락 창구를 맡는 등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에 대한 보답이자 확실한 줄서기 차원에서 이런 보고서를 냈다고 생각할 사람이 많겠다. 조용히 지내는 동안 염치마저 잃어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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