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청와대가 21일 안보 공백과 촉박한 일정 등을 들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전날 발표한 ‘취임 전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장관회의를 열어 집무실 이전 문제를 검토한 뒤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특히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는 당선인 측과 인수위에 이런 우려를 전하고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타당한 의견 표명이다.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운명이 달린 국가 안보에 털끝만큼의 공백도 있어선 안 된다는 건 기본 상식이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5월9일까지 국가 안보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오롯이 현직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방부, 합참 등 국가 안보 중추 시설의 연쇄 이전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피할 수 없는 책무다. 윤 당선자는 엔에스시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게다가 윤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 계획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안보 공백 우려에 귀를 막은 것은 물론, 막대한 이전 비용조차 축소 추계한 것이다. 윤 당선자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집무실 이사 비용 외에 군사시설 이전과 국민 공간 마련 등 비용을 얼마로 추산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1조니 5천억이니 이런 얘기들이 막 나오는데 근거가 없다”며 아주 구체적으로 496억원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하루 만인 이날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만약 합참이 남태령으로 이동할 경우 새롭게 청사 짓는 데에 1200억원 정도는 들어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밝힌 496억원보다 2배 넘는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어제 기자회견 질의·응답 자료를 배포하면서 (이런 내용을) 적시했다”고 말했는데, 자료에 이런 내용은 없다. 여기에 더해 전자기탄 방호 비용 등 앞으로 또 얼마가 더 소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졸속과 부실을 뻔히 보면서도 단지 당선자가 결정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현직 대통령의 직무 유기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엔에스시의 의견 표명을 신구 정권 간의 힘겨루기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윤 당선자 쪽에선 새 정부의 출범을 방해하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상식 밖이다. 일이 이렇게 된 건 윤 당선자가 국가 중대사를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당선자 측근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당선자를 말리기는커녕 “결단” “위업”으로 포장하고 감싸기에 급급한 탓도 크다. 윤 당선자는 더 이상 비현실적인 ‘취임 전 이전’에 집착하지 말고, 취임 뒤 여론 수렴과 충분한 검토를 거쳐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