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위원들과 함께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과 관련한 긴급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코로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로 비판을 받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7일 긴급 전체회의를 열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본투표일인 9일에는 확진·격리자를 위한 임시기표소를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투표시간만 달리해 일반 유권자와 똑같이 투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사전투표 당시 확진·격리자에게 임시기표소에서 기표하고 투표용지를 투표 관리 사무원에게 전달해 투표함에 넣도록 한 것이 직접·비밀투표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선관위는 9일에는 사전투표소의 4배가량인 1만4046개의 투표소가 운영돼 사전투표 때와 같은 혼선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전투표소는 동마다 1개씩 설치돼 확진·격리자가 몰렸으나 본투표일에는 투표소가 거주지 주변에 촘촘히 설치되고 이미 상당수 확진·격리자들이 사전투표를 마쳐 분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선관위가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걱정이 남는다. 선관위는 본투표일엔 확진·격리자가 사전에 방역당국으로부터 일시 외출 허가를 받아 오후 6시~7시30분 일반 유권자와 동일한 방법으로 투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확진·격리자들이 대규모로 몰릴 경우 외부에서 장기간 대기하고 투표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관위가 9일 투표소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확진·격리자 수를 정확히 추산하지 못하고 있는 게 변수다. 코로나 유행 상황을 고려할 때 9일 확진·격리자 수가 어느 정도나 될지, 그리고 이중 얼마나 투표에 참여할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금으로선 범정부 차원에서 투표 관리에 만전에 만전을 기하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선관위는 이날 “사전투표 규모를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했으며 임시기표소 투표에 대한 정보 제공 등도 미흡했음을 사과드린다”며 “위원장 및 위원 모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을 뽑는 중차대한 선거에서 부실한 준비로 큰 혼란을 빚었다는 점에서 선관위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당장은 본투표의 빈틈없는 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선거 뒤에 반드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하지만 선거일을 눈앞에 두고 사전투표 부실 관리 문제를 계속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거대 양당 후보들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투표 관리에 대해 불필요한 불신을 키울 뿐 아니라 선거가 끝난 뒤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더 이상 공방을 멈추고, 본투표가 공정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