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일(현지시각)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6일째를 맞은 2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를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141개국이 서명해 채택했다. 앞서 국제금융통신망(SWIFT)에서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배제하는 등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도 본격화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전쟁의 충격이 경제에 미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번 사태가 ”게임체인저(전체 판도를 뒤바꿔놓을 만한 중대한 사건)가 될 것 같다. 오래 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말했다.
배럴당 90달러 안팎이던 국제유가는 벌써 110달러대로 뛰어 120달러를 향하고 있다. 러시아 발착 화물 운송은 전면 중단됐다.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 농산물 수출국일 뿐 아니라, 자동차 배출가스 조절장치 촉매제로 쓰이는 팔라듐 등 광물의 생산·수출국이다. 이번 사태로 유럽의 자동차 업계가 감산에 들어가는 등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러시아를 뺀 공급망을 구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데도 파월 의장은 금융 긴축 의지를 밝혔다.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올릴 뜻을 분명히 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지 않을 뿐, 통화정책 변경은 예정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은 무역에서 러시아 비중이 1%도 안 돼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걱정 말고는 실물경제에 큰 타격이 없다. 그러나 러시아와 거래가 많은 유럽, 대외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은 영향이 크다. 신용 위기에 처한 러시아가 채무 불이행(모라토리엄)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러시아 펀드의 환매를 중단했다.
경제의 핵심 변수가 코로나 대유행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바뀔 것이라는 파월 의장의 우려를 새겨들어야 한다. 정부는 어떤 위험이 닥칠지 사전에 철저히 점검하고, 비상계획을 미리 짜둬야 한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통령 선거에 이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기라고 해서 정부 대응에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