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강원 강릉시 월화거리광장에서 유세를 마치며 권성동 의원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증오와 분열의 선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28일 강원도 동해시 유세에서 “(3월9일) 선거날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십만이 나온다고 발표해서, 당일날 투표를 못 하게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지지층의 투표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정부가 코로나 확진자 수를 의도적으로 부풀려 발표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근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 저열하고 황당한 음모론에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윤 후보는 4~5일 사전투표를 앞두고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재작년 4·15 총선에서 부정 의혹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도 부정할 것이 명백하다고 사전투표를 안 하시겠다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당일 투표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며 “사전투표를 반드시 해달라”고 했다. 후보가 지지층의 적극적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금도가 있는 법이다. 밑도 끝도 없이 정부가 선거 당일 부정선거를 획책할 수 있으니 사전투표를 해달라고 강변하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민의 민도, 심지어 윤 후보 지지층의 수준까지 모두 무시하는 망언이다. 우리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선거 음모론’이 미국 사회를 극단적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은 일을 목도한 바 있다. 윤 후보는 근거도 없이 민주주의 선거 시스템을 부정하는 반민주적 선동을 즉각 멈춰야 한다.
윤 후보는 이날 강원권 유세 내내 민주당이 좌파 사회혁명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색깔론도 되풀이했다. 강릉에선 “(민주당은) 좌파 집권 20년, 30년을 위해선 전부 임차인이 되고 남의 집에 들어 살게 해야지, 자기 집 주인이 되면 우리 안 찍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유세에서 “집 없는 사람이 민주당을 찍게 하려고 일부러 악의적으로 집값을 폭등시켰다”, “민주당이 못사는 사람들은 자기편이라고 생각해서 양극화를 방치하고 조장했다”고 주장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가 표를 얻겠다고 이런 가짜뉴스를 퍼뜨려서야 되겠는가. 무주택자와 저소득층을 비하하는 일이기도 하다.
윤 후보는 또 정부의 자영업자 방역지원금 300만원 지급에 대해 “아주 못된, 늘 해오던 기만 사기술”이라고 주장했다. 생존의 기로에 선 이들의 절박한 사정에는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윤 후보는 “여러 친여 매체를 동원해서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허위 선동”한다고도 했다. 자신의 잘못을 비판하면 친여 매체라고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선동이 아니고 무엇인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법륜 스님 등 사회 원로들이 차기 정부에 통합내각 구성과 개헌 추진 등을 제안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여기에 기웃거리는 원로라고 하는 분들은 대체 어떤 분들이냐”고 비아냥거렸다. 안하무인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2일과 26일 유세장에선 윤 후보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던 여성 시위자에게 지지자들이 “여자 주제에 감히”라고 폭언을 퍼붓고 물리적 충돌 끝에 쓰러진 여성의 다리를 질질 끌고 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개탄스럽기 이를 데 없다.
윤 후보는 자신의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발언이 국민들 사이에 증오와 분열을 키우고 있다는 걸 정녕 모르는가. 대선이 이제 8일밖에 남지 않았다. 윤 후보가 냉정을 되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