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 장면 자료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충격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27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한 지 28일 만이고, 올 들어 8번째 무력시위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처럼 무력시위를 재개한 것은 긴장을 고조시킬 뿐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더욱이 지금은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라는 점에서, 안보 불안을 자극하는 군사 행동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52분께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화성-12형’ 발사 이후 베이징겨울올림픽 기간에는 중국을 의식해 미사일 발사를 자제해왔는데, 올림픽이 끝나자 다시 무력 시위에 나선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5일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를 쏜 것을 시작으로 1월에만 7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해 긴장 수위를 높여왔다. 이 가운데는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발사체도 포함돼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반도 평화 시계를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전으로 되돌릴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북한이 무력시위를 재개한 것은 긴장을 고조해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러시아와 동시에 맞서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인 미국을 압박해 제재 완화 등 양보를 끌어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추가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럴 경우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에 본격화하고 있는 ‘신냉전’의 틈바구니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우리 정부로서는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
국제질서가 급변하고 북한의 무력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실로 만만치 않은 과제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풀어 나가야 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이런 중차대한 일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대결을 조장하고 안보 우려를 부추기는 식으로 선거에 이용하려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북한도 지금과 같은 ‘벼랑 끝 전술’로는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하루빨리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