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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우크라이나 침공,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해야

등록 2022-02-25 19:30수정 2022-02-25 19:40

러시아 군의 로켓 공격을 받아 벽면이 너덜너덜한 잔해물 더미로 변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아파트 건물 앞에서 25일 이곳에 살던 한 여성이 절규하고 있다. 키예프/AP 연합뉴스
러시아 군의 로켓 공격을 받아 벽면이 너덜너덜한 잔해물 더미로 변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아파트 건물 앞에서 25일 이곳에 살던 한 여성이 절규하고 있다. 키예프/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에 경제 재재를 가하면서 세계경제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번 사태는 오미크론 확산, 글로벌 인플레(물가 상승), 공급망 훼손 등으로 이미 취약해져 있는 세계경제에 추가적인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유럽 등에서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전쟁의 규모와 제재의 강도에 달려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우리와 교역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에너지·원자재의 주요 수출국들이어서 사태 추이에 따라서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러시아는 세계 원유의 약 10%를 생산하는 세계 3위 원유 수출국이자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이며,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도 많이 수출한다. 우크라이나도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네온 등 희귀가스 주요 수출국이다. 사태가 악화할 경우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물가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자동차·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생산과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특히 유가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은 기업의 투자와 소비자들의 소비를 감소시켜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기 때문이다.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24일 8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제이피모건 같은 일부 투자은행에선 이번 사태로 러시아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유가가 120달러에 이를 것이며, 러시아 원유 공급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내놓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가 120달러에 이를 경우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하고, 물가는 1.4%포인트 상승하며, 경상수지는 516억달러(약 62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 경제는 이미 3%대 물가, 1200원대 원-달러 환율, 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등 삼각파도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그 파고를 더 높일 것이다. 앞으로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경제성장·물가·경상수지 등 3대 거시경제지표의 목표 달성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3.1%, 물가 상승률 2.2%, 경상수지 800억달러 흑자를 목표치로 제시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올해 물가 전망치를 3.1%로 올린 데서 보듯이 물가 목표 달성은 이미 물건너갔으며, 경제성장률 3% 방어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에너지 수급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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