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2년 2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1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3.6% 올랐다.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이 3%를 넘는 일이 지난해 10월부터 넉달째 이어졌다. 이런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은 채,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3.1%에 이를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물가 상승은 실질임금과 실질소득을 갉아먹는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부채가 많은 가계는 이자 부담도 커진다. 정부는 공공물가라도 최대한 잘 관리해 가계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줘야 한다.
한국은행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금통위 직후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로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한 2.0%에서 크게 높아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4.0% 오른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3%를 넘은 적이 없다. 지난해엔 2.5% 올랐는데, 2%대 상승도 9년 만의 일이었다.
최근 물가 상승은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이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풀리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으로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미국의 경우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7.5%나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북해산 브렌트유가 7년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긴축 움직임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도 수입물가 상승,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이번 전망치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고용주와 협상할 조직과 힘을 가진 이들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임금협상을 시도하겠지만, 열에 아홉에 가까운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소속돼 있지 않다.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에 딱히 손을 쓸 수 없는 처지다. 그것이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와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실물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는 경기 동향을 면밀히 살펴, 필요할 때는 재정이 더 적극적으로 구실을 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
정부는 공공물가의 안정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이미 전기요금 인상 억제, 유류세 인하 등의 조처를 취하고 있어 여력이 크지는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공기업의 실적이 나빠지고, 세수가 줄더라도 이런 상황에선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