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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진숙 37년 만의 복직, 일하는 사람의 희망 되길

등록 2022-02-23 18:37수정 2022-02-24 02:32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왼쪽)이 지난해 2월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 도착해 김 지도위원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47일째 단식 중인 농성자를 만나 부둥켜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왼쪽)이 지난해 2월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 도착해 김 지도위원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47일째 단식 중인 농성자를 만나 부둥켜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해고노동자의 상징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복직한다. ‘소금꽃 나무’가 사무치게 그리던 공장으로 37년 만에 돌아간다.

에이치제이(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과 금속노조는 23일 김 지도위원의 명예복직에 합의했다. 김 지도위원은 25일 복직해 그날로 퇴직한다. 복직과 퇴직이 한날 이뤄지는 것은 그의 정년(2020년 12월31일)이 1년 남짓 지났기 때문이다. 1986년 노동조합 유인물을 돌렸다는 이유로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받고 그길로 해고된 뒤 복직의 간절함을 붙들고 보냈던 길고 험한 시간을 생각하면 25일 한나절은 말 그대로 찰나다. 그럼에도 김 지도위원은 더는 해고노동자가 아니다. 현실의 법정은 그를 일터에서 내쫓은 행위가 정당했다고 판결했으나, 역사의 법정은 ‘부당해고’로 바로잡아 기록할 것이다.

김 지도위원의 복직은 개인사적인 의미와 가치를 아득히 넘어서는 것이기도 하다. 정년을 하루 앞둔 2020년 12월30일 부산에서 출발해 이듬해 2월7일 청와대 앞에 도착할 때까지 430㎞를 꼬박 걷는 동안 그의 복직을 요구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언제나 동행했고, 마지막에는 700여명이 대행진을 펼쳤다. 청와대 앞에서는 48일 동안 단식농성이 진행됐다. 앞서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해 309일간 타워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끝에 노사합의를 이끌어냈을 때에도 전국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모여들어 크레인 아래를 지키며 연대의 함성을 외쳤다. 그의 복직은 일하는 사람이 마땅한 대접을 받기 바라는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일군 성취인 셈이다.

하지만 김 지도위원이 겪어온 시간은 지금도 일하는 사람들에게 도돌이표 찍힌 악보처럼 돌아온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해 해고조차 될 수 없는 ‘무늬만 자영업자’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기업의 무신경 속에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16명의 급성중독 사태가 난 두성산업은 독성물질이 든 세척액을 다루는 노동자들에게 방독마스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노동 관련 공약이 실종되다시피 했다. 심지어 노동자들의 일과 삶을 지금보다 취약하게 만드는 공약을 서슴없이 내세우는 후보가 지지율 선두를 다툰다. 대선 후보들은 부디 김 지도위원의 복직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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