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윤석열의 선 넘은 막말, ‘증오의 대선’ 원하나

등록 2022-02-20 19:08수정 2022-02-21 02:32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오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헌화한 뒤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오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헌화한 뒤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대 대통령 선거가 갈수록 막말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15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될 때만 해도 국민들은 모든 후보와 정당들이 이젠 비전과 정책으로 승부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지난 1주일 동안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비판마저 무색해질 만큼 적대와 증오를 부추기는 저열한 선동이 난무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민을 이렇게 갈라치기 하다가는 심각한 후유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막말 선거운동을 주도하는 이는 단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다. 윤 후보는 지난 19일 울산 유세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50년 전 철 지난 좌파 혁명이론을 공유하는 사람들, 소위 ‘비즈니스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 주장이야말로 냉전 시대에 민주화운동 세력을 고립시키려고 퍼붓던 ‘철 지난’ 색깔론이자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퇴행에 다름 아니다. 2022년 대선에서 이처럼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다시 보게 되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윤 후보는 앞서 17일 수도권 유세에서 민주당을 ‘전체주의 정당’으로 규정하며 “독일의 나치, 이탈리아의 파시즘,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이 하던 짓”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자신의 ‘문재인 정권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을 재반박한다며 한 얘기다. 조리에 맞는 대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궤변이다. 측근을 앞세워 검찰을 장악하고 이전 정권을 수사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 정작 ‘검찰 공화국’이라는 전체주의 파시즘적 발상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후보의 막말은 경쟁 후보와 정당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윤 후보는 민주당 지지층에게 ‘댓글부대’라는 딱지를 붙였다. ‘여성가족부 폐지’ 같은 단문 메시지로 청년 세대를 젠더 이슈로 편가르기 해온 것을 생각하면 딱히 놀랍지도 않다. 그러나 아무리 선거 승리가 중요하다지만, 일부 국민을 근거도 없이 비하하며 갈라치기를 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윤 후보는 다른 후보들도 막말을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으나, 그 수위와 빈도에서 윤 후보는 너무 심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상대에 대한 적대와 증오를 부추겨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건 대단히 오만한 태도이자, 언제든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깨닫기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