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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집 없는 서민 표 얻으려고 집값 올렸다’는 윤석열의 궤변

등록 2022-02-17 19:07수정 2022-02-18 02:33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7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7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핵심 선거전략이 ‘반문 정서’ 자극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져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집 없는 사람이 민주당 찍게 하려고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올렸다’는 주장이 그렇다. 아무리 치열한 선거전이라고 해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윤 후보는 17일 서울 서초구 유세에서 “문재인 정부가 28번의 주택정책으로 계속 실패를 거듭해왔지만, 저는 이 사람들이 실수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건 일부러 악의적으로 집값을 폭등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집값을 폭등시켜야 집 없는 사람과 집 있는 사람을 갈라치기 해서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한테 누워서 표를 받는 거다. 시장에 가만히만 놔둬도 이런 일은 안 생긴다”고도 했다. 상식에 어긋나고 논리도 뒤엉킨 말이다. 서민들을 우습게 보는 편견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윤 후보는 자칭 ‘부동산 논객’들이 늘어놓는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를 듣고 이런 얘기를 한 것 같다. 이들은 집을 가지면 사람들이 보수화되고, 집값을 올려야 세금을 많이 걷을 수 있고, 가진 자에 대한 서민들의 반감을 이용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일부러 집값을 잡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근거도 논리도 없는 황당무계한 주장이다. 집값 폭등으로 가장 고통을 겪는 이들이 집 없는 사람들이다. 정상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집값을 일부러 올리고 집 없는 사람들이 집 가진 사람들 횡포에 시달리게 하여 그 덕에 표를 얻겠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주장을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국민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2020년과 2021년의 집값 폭등은 집 없는 서민들에게 큰 불안감과 절망감을 안겼다. 비록 코로나 위기에 대처하느라 금리를 급격히 내린 결과 시중에 풀린 돈이 집값 폭등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고 이는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집값은 확실히 잡겠다’고 거듭 공언했던 정부인 만큼 호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선은 집값 폭등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실효성 있는 해법을 놓고 후보들이 정책 경쟁을 벌이는 장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진실로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증오를 부추기고 적대감을 선동하는 걸로는 집값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윤 후보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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