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 발기인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금융분야 학자·전문가 312명이 서명한 ‘금융발전과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금융감독개혁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성인(홍익대)·김대식(한양대)·고동원(성균관대)·김헌수(순천향대) 교수. 연합뉴스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금융분야 학자 ·전문가 312명이 16일 금융위원회를 해체하고 독립적인 민간 금융감독기구를 설치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이 나선 것은 왜곡된 현행 금융감독체계로 인해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와 소비자 피해가 빈발하는데도 주요 대선 후보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 대선 후보 진영이 금융감독 개혁 과제에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이를 공약에 반영하고 차기 정부에서 조속하고 흔들림없이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모임’(금개모)은 성명에서 “신용카드 사태, 저축은행 사태부터 최근의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까지 많은 금융 사고는 잘못된 금융산업정책이 금융감독을 압도한 데서 비롯됐다”며 “이제는 금융감독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휘둘려 금융감독의 기본 원칙까지 저버리는 구조적 문제점을 청산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는 금융감독기구를 공적 민간기구로 설치해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금융위원회가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모두 관장하고 있는데, 금융산업정책은 정부의 경제정책 부처(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공적 민간기구에 위임하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면서 설치한 금융위를 해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기형적인 체제다. 주요국들은 대부분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해놓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금융감독 집행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의 지도·감독을 받는 하부 기관으로 돼 있다. 금융산업 육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금융위가 ‘총감독’을 맡고 있는 탓에 감독 기능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이른바 ‘모피아’(금융관료)와 금융업계간 유착 관계가 오랜동안 형성돼 있는 점도 금융감독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학자·전문가들은 2013년에도 143명이 참여해 비슷한 성명을 발표한 바 있는데 그때보다 서명한 학자가 2배 이상 많다. 이번 서명을 주도한 금개모의 발기인으로는 고동원·김대식·이인실·전성인 등 경제·금융 관련 학회장 출신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한 정운찬 전 총리와 윤석헌·최흥식 전 금감원장도 서명에 참여했다. 금융감독 개혁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대선 후보들이 이들의 주장에 적극 호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