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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기관 특활비, ‘닥치고 비공개’ 관행 바꿀 때 됐다

등록 2022-02-14 18:49수정 2022-02-14 19:2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법원이 검찰 등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부 예산을 받아 기관장들이 분배하는 특활비는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증빙을 하지 않아도 돼 그동안 ‘기관장의 쌈짓돈’으로 불려 왔다. 더욱이 특활비를 쓰는 정부기관들이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받을 때마다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비공개로 일관해 예산 감시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법원의 판결이 정부기관의 특활비 비공개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수사, 외교, 안보, 경호 활동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특수 목적’의 경비를 말한다. 청와대, 검찰, 국세청, 국회, 대법원 등 국가 주요 기관들에 배정된다. 이들은 ‘기밀 유지’를 내세워 사용 내역 공개를 번번이 거부해 왔다. 외부에서는 사용 내역이 정말 기밀에 해당하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이런 붙투명성 탓에 특활비는 늘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지난 2017년에는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사들과 식사를 하다 격려금 명목으로 돈 봉투를 돌려 문제가 됐는데, 그 돈의 출처가 특활비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특활비의 ‘베일’을 벗겨내기 위해 정부기관에 특활비 집행 내역 공개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시민단체들의 손을 들어주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1일 ‘세금도둑 잡아라’ 등 시민단체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특활비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검찰 특활비를 공개하라는 첫 판결이다. 법원은 “수사 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를 공개한다고 해서 곧바로 구체적인 수사활동 기밀이 유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어 온 ‘수사 기밀’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0일에는 한국납세자연맹이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의전 비용 등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도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검찰은 법무부의 항소 지휘에 따라 지난달 26일 항소했다. 일단 공개를 막고 보자는 심산인 듯하다.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청와대 자료는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 한동안 공개가 불가능해진다. 청와대가 항소하면 1심 판결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공공기관 정보는 국익 저해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하는 것이 옳다.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 씀씀이와 관련된 내용이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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