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삼표산업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11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의 ‘1호 수사’ 대상인 삼표산업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또 중부고용청이 지난 9일엔 이 회사 이종신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표산업의 경기도 양주 채석장에선 중대재해법 시행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토사가 무너져 내려 노동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중대재해법은 안전·보건 의무를 소홀히 해 노동자 1명 이상이 숨지는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표산업 수사가 끊이지 않는 ‘일터의 죽음’에 대해 경영자의 책임을 엄정하게 묻는 시금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중부고용청이 이 대표이사를 입건한 것은 삼표산업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적법하게 구축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중부고용청은 그동안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는데, 이 과정에서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무리한 골재 채취와 토사 부실 관리 등을 본사가 제대로 감독하지 않는 등 중대재해법을 위반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날 이뤄진 본사 압수수색은 경영책임자인 이 대표이사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대산업재해의 책임을 물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려면 고용청 등 수사기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대재해법 적용의 선례가 될 수 있는 사건인 만큼, 탄탄한 증거 조사와 법리 검토를 통해 엄정한 처벌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더욱이 삼표산업은 국내 굴지의 로펌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주요 로펌들은 대규모 전담팀을 꾸려 사건 수임에 대비해왔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새로운 ‘먹거리’로 여기는 로펌들이 법의 빈틈을 교묘하게 파고든다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올해 들어서도 중대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전남 여수의 여천엔씨씨(NCC)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 하청업체 노동자 등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지난달 11일에는 광주의 아파트 신축 공사장 붕괴 사고로 노동자 6명이 숨졌고, 이달 8일에는 경기도 성남의 건물 신축 공사 현장에서 2명이 승강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 중대재해법은 이런 ‘일터의 죽음’에 대해 회사 경영자의 책임을 물어 산재 예방에 적극 나서도록 하고자 제정됐다. 합당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법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삼표산업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 중대재해법 안착의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