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고 김용균씨 사망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1심 선고가 열린 대전지법 서산지원 앞에서 고인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산/연합뉴스
김용균씨 사망 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당시 원청업체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다른 피고인들도 모두 유죄가 인정됐으나, 징역형·금고형의 경우 하나같이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사고가 발생한 지 3년여 만에 나온 첫 판결에서 단 한명도 실형 선고가 나오지 않은 것은 법리 판단의 타당성을 떠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만약 사고 당시 중대재해처벌법이 있었다면 원청업체 대표에게 엄한 책임을 물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10일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에 대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고의로 방호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대표가 김용균씨 사망 원인 중 하나인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성이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과의 위탁 용역 계약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반면 김용균씨가 소속돼 있던 한국발전기술의 백남호 전 대표의 경우 안전을 위한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보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백 전 대표를 안전조치 의무 위반 행위자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는 피고들이 김용균씨에게 사고의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여 지탄을 받았다. ‘고인이 과욕을 부렸다’거나 ‘점검구에 왜 몸을 집어넣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이었다.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작업을 해야 하는 현장의 실정에 대해 다들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이들의 태도는 김용균씨 사망을 계기로 제정된 중대재해법이 지난달 27일 시행된 뒤로도 법을 비난하는 데만 여념이 없는 재계 단체와 일부 언론의 행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이번 1심 선고가 중대재해법의 절실함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